2021년 12월 둘째 주 회고
2021. 12. 12.
시험 기간만큼 딴짓이 재밌을 때가 없다
불변의 진리가 아닐까?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오전 2시경이다. 평소 같았으면 저녁이나 되어서야 느지막이 쓰기 시작했을 것 같은데. 당장 내일 시험이 있는데도 이러고 있다.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, 일을 자주 미루는 사람은 단순히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며,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1. 나는 과연 어떤 이유로 일을 미루고 있는 걸까. 뭐 만들 때 세부 기능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걸 보면 완벽주의자
의 모습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내 자신은 절대 완벽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. 완벽주의자는 일반적으로 본인의 기대치가 높지만 난 적당히 타협을 볼 수 있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니까(물론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작 실 작업으로 들어가면 그러질 못하는 점을 고쳐야 되는데). 그보다는 저항자
에 가깝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.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다. 세상에 본인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. 아무튼 뭐, 일단은 오늘만큼의 시간이 남았으니 글을 끝내고 나면 다시 공부를 해야겠지.
알고리즘 기말고사
원래부터 내 최대 약점은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. 잘하지도 못하는데 좋아하지도 못해서, 알고리즘 문제를 잘 푸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. 직접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질투도 많이 났다.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, 열등감을 많이 느꼈고 아마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. 그나마 내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걸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에 들어서이다. 예전엔 뭐랄까, “나는 이런 문제 푸는 것보다 실제로 돌아가는 걸 만드는 게 좋다!”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곤 했는데, 이젠 안다. 나는 그냥 문제 해결력이 약한 거다. 그 사실을 정면에서 받아들이면 너무 아프니까 도망친 거지.
이번 알고리즘 과목에서는 아마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. 기말고사를 진행하며 뭔가를 쫌쫌따리로 적긴 했는데 하나도 확실하게 적은 게 없다. 만약 좋은 성적을 받았다면 그건 내가 잘 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나보다 부족했던 사람이 많았던 거라고 생각한다. 트위터 컴공 탐라를 지켜보며 학교를 다니다 보면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진다. 내 실력은 잘 쳐줘야 중위권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점수를 받아보면 주변 사람들보다는 높으니까 판단 기준이 흐려진다. 표본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.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답답해서 눈물이 막 나는데, 이런 이야기를 하고싶어도 기만질이니 뭐니 소리를 들으니 열불이 뻗치는 거지.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. 그래도 과제 내용이 시험에 들어갔으니 그 부분만큼은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… 계속 생각하려니 마음이 너무 어지럽다.
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심리
연구실에 새로운 신입분이 들어오시게 되었다. 21학번이라셨으니 나랑 학번이 5개가 차이나시는데, 내가 신입생이었을 때 제일 처음 뵈었던 선배들의 학번이 12학번이었다. 내가 16학번이니까 그분 입장에서는 옛날의 나보다도 한 학번 많은 선배를 보게 되는 거지. 내가 벌써 그만큼 차이나는 후배를 두게 되었다고? 정신이 아찔하다. 아찔하다기보다는 막막하다. 그만큼이나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이룬 게 있나? 아직 나는 어떤 길을 가야할지도 모르는 머저리인데. 생각이 너무 복잡해진다. 후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은데 나라는 인간이 너무 보잘것없어서 죄송스럽다. 나도 좀 더 자신감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텐데.
좋은 개발자가 가져야하는 덕목?
트위터 타임라인에 들어온 이 글을 보고, 후배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발표용 자료를 하나 만드려 준비중이다. 굳이 학교 후배님들만을 위한 건 아니니까 아마 깃헙에 올리게 될 것 같다. 언제 할 지는 모를 일을 또 벌리고 있다. 이것도 시험 기간의 폐해라면 폐해지.
결론
시험 기간에는 잡념이 많아진다. 그리고 이를 풀어낼 곳이 생기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된다. 본인이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생각이 계속될지도 모르겠지만, 나는 꽤 부정적인 사람이라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. 그리고 시간대는 새벽.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게 이번 회고글이다. 중간에 팡 터진 부정적인 감정이 글의 끝까지 질질 흘러내리고 있다. 내가 아픔을 술로 잊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옆에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을 것 같다. 시험은 다다음 주까지 있다. 자고 일어나면 뭐,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. 이 글은 자고 일어나서 업로드될 것이다. 오타가 아닌 이상 수정될 일이 없는, 새벽 감성이 야무진 글이니 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맛나게 씹어주시기 바란다.
Footnotes
- 회고